‘Form’의 시작.
2012년 9월 킥스타터 펀딩으로 처음 공개된 미국 Formlabs(폼랩스) 사의 ‘Form 1(폼 원)’은 최초의 레이저 빔을 활용한 광 경화 적층 방식(Laser-SLA)의 데스크탑 3D프린터입니다. 이는 당시에 같은 방식에서는 산업용 장비가 주를 이루었던 것과, 개인용 데스크탑 모델 중에서는 대체로 용융 압출 방식의 3D프린터가 주를 이루었던 상황 때문에 큰 반향을 불러왔고, 많은 사용자들에게 각인된 그 명성은 지금까지도 흔들림이 없이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킥스타터 성공의 첫 번째 버전 모델은 기대에 비해 성능과 사용 편의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대체적인 견해였습니다. 이에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보완한 ‘Form 1+’ 모델을 지난 2014년 12월 출시했습니다. XYZist EX Team에서 보다 ‘성숙해진 Form’을 살펴봤습니다.
성능 (Performance)
해상도 – 적층 두께 지원 범위 (Layer Thinkness)
광 경화 방식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최소 적층 두께가 얇다는 것입니다. 즉, 조형물의 표면 품질이 비교적 매끄럽고 육안으로 적층면이 두드러지지 않는 다는 것인데요. Form 1+은 최소 지원 두께가 0.025 mm(25 micron) 정도입니다. 적층 두께 범위는 레진 별로 차이가 있으며, 일반 물성의 경우 최소 0.025 mm, 유연성 및 고강성 등의 특수 물성의 경우 0.05 ~ 0.1 mm 정도입니다.
원료 레진 (Material Resins)
3D프린팅 기술은 세부 조형 방식 별, 그리고 물성 별로 프린팅 안정성이 제각각입니다. 때문에 다양한 물성을 지원하면서도 일관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술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Form 1+ 일반 물성 레진의 경우 화이트, 그레이, 블랙, 클리어 등의 무색 레진이 제공되고 있으며 이들 중 안정성 – 동일 소스(3D모델 및 서포트 세팅), 동일 해상도에서 프린팅 안정성이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사용해본 결과 블랙 레진이 가장 안정적이며, 그레이, 클리어, 화이트 순이었습니다. 특히 화이트 레진의 경우 공식 포럼 등에서도 사용자들의 이슈가 가장 많았습니다. 추후 개선을 기대해봅니다.
광 경화 방식에 있어 액상의 레진 원료는 단점이 많은데 가장 사용성면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장비 범용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특히 시중의 DLP 프로젝터를 사용하는 오픈소스가 아닌 이상 광학기기 특성에 따른 물성이 상이하기 때문에 전용 레진을 사용하는데 Form 1+는 보급형 모델로 이미 시장 내 입지를 다져놓은 덕에 레진 개발사들이 앞다투어 전용 레진을 출시했습니다. 때문에 Formlabs 사의 전용 레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색상, 물성의 레진 제품을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큰 이점입니다.
> 전용 레진 | ©Formlabs
Look Test Model by Make magazine
Clear Resin v2 / Layer Thickness 0.025 mm / Support Density 0.70 / Support point size 0.54 mm / Resin 5.93 ml
T800 Redux by ToScH
Black Resin v1 / Layer Thickness 0.025 mm / Support Density 0.70 / Support point size 0.54 mm / Resin 5.93 ml
특수 물성 레진은 유연성(Flex), 고강성(Tough), 캐스터블 왁스(Castable Wax) 등의 세 종류가 출시되어 있으며, 대체로 큰 문제 없이 프린팅 되었습니다.
유연성 소재의 경우 용융 압출 방식에서도 TPE, TPU 등의 합성 고무 소재 그리고 Nylon 등의 소재가 있지만 다루기 매우 까다로워 소스 본래의 형상을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Formlabs 사의 유연성(플렉스) 레진의 경우, 여타 레진과 사용법이 다르지 않고 결과물의 품질도 우수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양한 색상이 제공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제품 제작(Prototyping)은 물론 특정 실용품 제작에서 크게 유용하리라 판단됩니다.
고강성(터프) 레진의 경우 그 빛깔이 매력적인 것은 물론 소량의 레진 사용만으로도 버티는 힘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유의해야하는 부분은 광 경화성 3D프린팅 결과물의 특성상 표면에 묻어 있는 레진을 알코올로 세척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시간 동안 세척 시 알코올의 조형물 침투로 본래의 강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Tough Resin v1 / Layer Thickness 0.05 mm / Support Density 0.66 / Support point size 0.56 mm / Resin 5.93 ml / Print TIme 4H
속도와 정밀도
적층면 전체에 이미지를 한 번에 조사하여 경화하는 DLP 광 경화 방식과는 달리 레이저 방식은 레이저 빔으로 적층면의 이미지를 그려내야하는 특성상 속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정밀도 면에서는 DLP 프로젝터의 해상도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레이저 빔의 정교한 조사가 보다 우수합니다.
광 경화 방식에서 속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적층 후 다음 적층을 위해 탱크 안의 레진을 고르게 흔들어주는 기능입니다. 이 기능을 레진 탱크(또는 Vat(수조)) 틸팅(Tilting)이라고 하는데, Form 1+는 비교적 안정적인 틸팅으로 적층 실패를 최소화합니다.
> 레진 탱크 틸팅 모습 참고 영상
레이저 빔은 ‘드라이븐 레이저 스캐닝 미러(검류계(갈바노미터, Galvanometer)를 이용한 미러)’를 이용해 방향과 각도를 조절하며 반사 시켜 레진 탱크에 설정된 위치로 조사됩니다. 이 기구의 성능이 3D프린팅(광 경화) 정확성과 위치 정밀도에 중대한 영향을 줍니다. 일각의 견해를 빌리자면 Form 1 초기 모델의 경우, 정확한 치수를 요구하며 결합되는 부품 모델을 3D프린팅 할 경우, 원래 치수로부터 약 1~1.5% 작게 오차가 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는 레이저 빔이 반사각에 의해 소폭 왜곡되어 정위치를 벗어난 부분을 경화시킬 수 있다는 것 때문일 것 입니다. 이에 반해 DLP의 경우 Voxel(복셀, 평면 최소 디지털 해상도 단위인 Pixel(픽셀)에 부피를 더한 3D 단위)이 정확히 위치된 상태로 한 층 씩 경화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위치 정확성면에서 우수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따라서 Form 1+는 기계적 부품을 프린팅하는 것 외 정확한 치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아트웍에 적합하다는 견해입니다. 참고할 만한 부분입니다.
진동과 소음
광 경화 적층 조형방식의 특성상 툴 패싱이 광원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진동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음의 경우, 레진 탱크의 틸팅 시 발생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심하게 거슬리는 정도의 소음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측정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전원 공급 및 연결
전력은 안정적이며, 본체와 PC를 연결하는 USB 포트의 경우에도 금도금 처리된 고급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소프트웨어 연결의 오류는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초기 PreForm 소프트웨어가 맥OS 내에서 오류가 간혹 발생하여 먹통이 된 경우가 있습니다만, 최근 업데이트에서 해당 오류는 없습니다.
편의 (Usability)
사용자가 필요한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 – PreForm
PreForm(프리폼)은 Formlabs 사의 모든 Form 시리즈 모델의 전용 슬라이싱-호스팅 통합 소프트웨어입니다. 프리폼을 다루고 있자면, 단지 3D뷰만 돌리고 있음에도 엄청난 작업을 하는 듯한 착각을 다루는 이는 물론,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일으키게 합니다. 미려함은 물론,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는 이보다 더 심플할 수 없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처음 사용자일지라도 너무 심각하게 학습하지 않아도 금새 기능들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이러한 툴은 까다롭고 번거로운 광 경화 3D프린팅 방식 작업의 효율을 크게 증가시켜 줍니다.
작은 부분일 수 있으나 선택한 레진의 종류에 따라 화면에 보여지는 조형물의 모습도 해당 레진의 특성(색상)이 반영되어 보여집니다. 멋진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레진 세팅과 탱크 관리
개인용 3D프린터는 대체로 열가소성 플라스틱 필라멘트를 사용하는 용융 압출 방식(FFF, FDM – Fused Extrusion)인데, 이와 비교해서는 광 경화 방식에서의 3D프린팅 전후의 준비 및 마무리 과정이 다소 번잡하게 느껴질 것 입니다.
레진은 이물질에 민감합니다. 서로 다른 성질의 레진을 혼합해 사용할 수 없고, 먼지나 수다를 떨다 튀어 들어간 침 등은 당연히 치명적입니다. 또한 3D프린팅 전 레진을 충분히 유동시켜주어야 하는데, 레진 버틀에 담겨져 있는 경우 충분히 흔들어 주고, 탱크에 담겨 있는 경우 깨끗이 준비된 스크래퍼로 휘저어 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탱크 역시 레이저 빔이 조사되는 면적에 흠집이 있거나 이물질이 묻어 있다면 경화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역시 매우 민감하게 관리해야하는 부분이며, 아주 신경이 곤두서는 부분입니다.
> 장비 내부가 훤히 들어다 보일 정도로 깨끗해야 하는 레진 탱크
3D프린팅 시 조형판에 제대로 레진이 안착되지 않는 경우에 취하는 최후의 조치로, PreForm 설정 중 베이스와 조형판과의 갭을 조정하는 설정을 하게 되는데, 지나치게 가깝게 조정할 경우, 탱크 내 조형물이 붙어있던 부분에 얼룩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탱크를 새로 구입하거나, 부담스러운 탱크 가격을 아끼기 위해 탱크 내부면에 코팅되어 있는 PDMS 실리콘을 벗겨 다시 코팅해주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입니다.
정리해보자면, 레진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부분들 – 레진, 레진 탱크, 다이내믹 미러, 스크래퍼, 조형판 – 에 대한 관리는 꼼꼼하면 할 수록 좋습니다.
조형판 고정 레버
광 경화 방식 데스크탑 모델들의 특징은 석회 동굴의 종유석처럼 조형물이 거꾸로 메달려 3D프린팅 되는 것입니다. 조형판이 상단부에 거꾸로 장착되기 때문에 단단히 잘 고정되는 것이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노브를 손으로 돌려 고정시키는 방식인데 비해 Form 1 시리즈 모델은 레버를 앞뒤로 조작해 탈부착하는 방식입니다. 간단한 부분이지만, 적은 힘으로도 쉽게 탈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편리합니다. 다만, 오래 사용하거나 과한 힘을 가해 조작하게 되는 경우에 레버가 고장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내구성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3D프린터 제조사라면, 벤치마킹하지 않을 수 없는 – 피니쉬 키트
광 경화 방식에서 개인용 데스크탑 모델들이 주로 오픈소스 기반의 DLP-SLA 모델들이었고 Form 1 모델 등장 이전의 출시된 모델들은 대체로 성능에 대한 어필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당연히 장비의 성능이 가장 중요한 것임에 분명하지만 3D프린팅 과정 전후의 작업 편의와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Form 1+는 피니쉬 키트를 함게 제공하는데, 조형물을 세척할 수 있는 알코올 세척통과 세척기구, 물 세척통 그리고 조형판을 거치할 수 있는 거치대, 니퍼, 스크래퍼, 핀셋, 그리고 100장의 위생장갑 등 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도구들이 한 자리에 정갈하게 정리되어 위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까지 함께 있어, 공간 효율은 물론 작업의 효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크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현시점의 한계
상식적인 선에서, 우주의 다양한 물성들 중에 인간이 손으로 다루는 것들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은 기체, 액체 성질임에 분명합니다. 액상의 원료를 다루는 광 경화 방식 3D프린터는 당연하게도 이미 사용 전부터 적지 않은 번거로움이 밀려오는 것이 당연한 이유입니다. 때문에 카트리지 타입의 레진 원료를 탈장착 할 수 있도록 고안하는 것과 오토-리필(자동으로 레진을 수거하고 보충하는 기능) 등의 기능들이 탑재된 모델들이 속속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레진이 경화되어 완성된 조형물은 끈적끈적한 레진들이 잔뜩 묻어 있는 상태이기에 이를 알코올 – 정확히는 이소프로필알코올 70% 농도 -로 세척을 하고 필요 시 추가적인 조치로 물에도 다시 세척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자연 경화 시간도 조금은 가져야 하는, 현재 데스크탑 모델에서 편의성의 한계라면 한계일 것입니다.
디자인 (Design)
*실사용 시 위 사진처럼 자외선이 내리 쬐는 환경은 피해야 합니다. 단지 연출 사진입니다. 🙂
“누가 PC 보드의 모양까지 신경쓰나요? 잘 작동하는게 중요하지 아무도 PC보드안을 꺼내보지 않아요.”
이에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본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봅니다. 비록 케이스안에 있다고 할지라도 나는 그것이 가능한 아름다워야한다고 생각해요. 위대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장롱 뒷면에 형편없는 나무를 쓰지 않습니다.!”(PC Board Esthetics, Andy Hertzfeld, FOLKLORE)
Form 1 시리즈 모델의 디자인에 대해 상세히 논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디자인에서 중요한 요소들 – 심미, 기능 효율, 사용 편의 등 -을 모두 충족하고 있고 이러한 부분은 앞서 언급한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부분에 대해 최선을 다해 디자인한 결과라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 참고: Form 1+ 소개 영상
여담입니다만, 많은 데스크탑 3D프린터들이 출시될 때, 컨셉 사진이나 소개 영상에서 애플(Apple) 제품들 – 아이맥, 맥북, 아이패드 등 -을 함께 노출시키는데 이는 애플 제품들의 우수한 디자인과 크리에이티브 필드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특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Form 시리즈 모델들처럼 애플 제품과 함께 잘 어우러지는 3D프린터는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자이지스트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
총평
세계 최대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가장 멋지고 성공적인 3D프린터 개발 펀딩 프로젝트를 꼽자면, 2012년 9월 26일 진행된 ‘Form 1(폼 원)’ 일 것 입니다. 당시만 해도 용융 압출 방식의 메이커봇과 얼티메이커, 그리고 수 많은 RepRap(렙랩) 모델들이 주를 이루었고,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이 진행된 모델들도 대체로 그러했습니다. ‘폼 원’의 등장은 실로 반향 그 자체였습니다.
결국 펀딩 시작 한 달 만에 원화로 약 35억원의 펀딩을 달성하며 2,068명의 후원자(Backer)들이 밤마다 폼 원을 사용하는 꿈을 꾸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후원자들에게 모든 물량을 배송하는데 1년 가까이 걸렸던 것과 첫 번째 버전의 불안정한 성능 등의 이유로 기대에 비해 실망도 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정식 발매가 되었고,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듯 ‘큰 일’을 치러내는 동안 제품 개발은 물론 고객 대응에 대한 노하우가 적지 않게 축적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제품을 사용해보면서 그리고 서포트를 받기 위해 공식 웹사이트를 이용하면서 그러한 노하우가 Form 1+ 모델에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체감했습니다. XYZist EX Team에서 보다 비중있게 추천드리는 사용 분야는 ‘아트토이, 피규어 제작자’ 그리고 기구설계 연구 목적 등 입니다.
좋은 제품이죠. 신제품은 더 좋아보이던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