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해드릴 분은, 미국에서 DIY 3D프린터를 활용해 디자인 연구활동을 진행하시는 이태겸 디자이너입니다.
‘문자’, ‘소재’, ‘구조’, ‘기술’, ‘실험’. 그리고 ‘정진(精進)’ 이 단어들이 녹아있는 연구활동 에피소드를 들어보시죠. 🙂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기쁘게 생각 합니다.
저는 노스 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에 있는 Appalachian State University 에서 그래픽 디자인(Graphic Design) 을 가르치며 조교수(Assistant professor)로 재직하고 있는 이태겸 이라고 합니다. 제 자신을 예술가라고 소개하기 보다는 예술적인 재료와 방법을 사용하는 디자이너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10년 이상 그래픽 디자인을 해왔으며, 제가 사용하는 프로세스와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디자인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픽 디자인은 단지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드는 분야를 넘어 시각 언어를 다루는 분야입니다. 현대에 와서 그 경계가 흐려져서 시각언어의 종류를 나누는 것이 그리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크게 문자와 이미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특히 문자를 다루는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는 그래픽 디자인의 뼈대라고 할 수 있으며, 저의 연구는 타이포그래피에서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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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내주신 프로필 사진. 둘 중 하나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달라고 하셨지만, 모두 마음에 들어 게재합니다. 😀
(하나는 마치 Apple II 시대의 디자이너 분위기가 느껴지고, 하나는 XYZist 멤버들이 좋아하는 Lowpoly 스타일이군요.)

포트폴리오 웹사이트에 보여주신 작품들에서, ‘문자’를 ‘입체적 실물’로써 이끌어내어 표현하는 작업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방향을 지향하여 실험을 진행하시나요?

제 연구에 대해서 가능한한 간단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연구는 타이포그래피의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Unconventional typography) 색다른 방법과 재료를 이용해 입체적인 문자(Three-dimensional type)를 만드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 입니다. 일리노이 대학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대학원에 있을 당시 몰드 캐스팅을 이용해 세라믹 문자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여름 부터 3D 프린팅과 세라믹을 타이포그래피에 접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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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연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저의 대학원 졸업 논문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연구는 디지털 시대를 넘어선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타이포그래피에(특히 Unconventional typography)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84년 매킨토시(Macintosh)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근대의 그래픽 디자인사에서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여러 선구자들이 파격적이며 실험적인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데 획기적인 도구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 이후로 그래픽 디자이너와 서체 디자이너들은 주로 컴퓨터 스크린 속, 즉 이차원 공간에서 문자를 디자인하고 다루어 왔습니다. 따라서 컴퓨터를와 함께 등장한 디지털 디자인은 문자를 만들고 다루는데 있어 새로운 물결을 불러왔지만 그 후 약 20 년에 걸쳐 이들을 가두는 일종의 유리 상자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3D 문자는 종이에 인쇄 된 형태가 아니라 페이지의 정적인 공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자는 이처럼 이러한 텍스처, 구조, 볼륨, 심지어 인터랙티브 등의 새로운 특성을 가져오게 됩니다. CAD(컴퓨터 지원 디자인)와 디지털 제작 기술(Digital Fabrication)은 과거에 가능하지 않았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입체적인 문자를 만드는데 그래픽 디자인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재료인 세라믹과 새로운 디지털 제작기술, 특히 3D프린팅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 일단, 이태겸 디자이너의 연구 작품부터 감상하시죠! –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기분.

특별히 3D프린터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그리고 3D프린터를 활용하시면서 느꼈던 이점과 앞으로의 가능성들은 무엇이 있으셨나요?

대학원 과정을 마치기 전까지는 세라믹 스튜디오에서 수작업을 통해 모든 것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많은 시간과 함께 세심한 작업과정을 거쳐 수십개의 세라믹 모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말씀 드렸다시피 저의 연구는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포스트 디지털에 대한 담론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크게 두가지 접근이 가능하다고 보는데, 컴퓨터가 배재된 정통적인 수작업 방법과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디지털 기술의 사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업 논문으로 디지털 기술이 배재된 전통적인 수작업을 이용해서 문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정반대의 비전통적인 방법, 즉 CAD와 CNC(Computer Numeric Control)를 이용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른 중요한 이유는 졸업을 하면서 세라믹 스튜디오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작업 방식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3D프린터를 직접 제작해서 세라믹 오브젝트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RepRap 오픈소스 3D프린터를 이용해 자신만의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그들의 시도를 보고 저도 3D프린터를 이용하면 세라믹 스튜디오가 없어도 충분히 작업을 계속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015년 여름 Delta robot 방식의 3D프린터 키트를 주문해 제가 이 새로운 기술과 도구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약 2-3개월 후 부터 더 큰 세라믹 프린트에 특화된 프린터를 제작하기로 하고 새로운 직장을 위해 노스 캐롤라이나로 옮긴 그해 10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세라믹 전용 프린터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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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제작한 3D프린터들.

3D프린터를 사용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무엇 보다 작업 속도가 빨라져서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여러가지를 만들어보고 무엇이 좋은 방법인지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3D프린팅은 ‘Rapid prototyping(쾌속 시제품 제조)’이라고도 불립니다. 저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디자인 프로세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3D프린팅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어떤 디자인이 적합한지 또는 문제해결에 맞는 솔루션인지를 찾는 과정을 단축시켜 주고 있습니다. 제 동료들과 학생들은 매주, 매달 일어나는 저의 다양한 시도를 보고 놀라기도 하죠. 하지만 3D프린팅은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고 만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다양한 작품을 시도하기를 원하는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에게는 훌륭한 도구 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특히 세라믹 프린트 등의 Paste extrusion(적당한 한글 단어를 찾기가 어렵네요 – ’점성재 압출 조형방식’ 입니다. 🙂)은 아직 많은 시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세라믹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재료의 사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직접 RepRap 소스 3D프린터를 사용하고자 하는 요건에 맞게 개조하시어 잘 사용하시고 계신데요. 다양한 구동형태의 RepRap 소스가 있는데, 특별히 Delta robot 구조를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먼저 DIY로 제작이 비교적 쉬운 프린터는 FDM 방식 입니다. 그중에서 RepRap은 가장 유명한 오픈 소스 3D프린터 라는 것을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많은 분들이 아실거라고 믿습니다. 크게 Delta 스타일 과 Cartesian 스타일로 나눌 수 있는데, Delta 스타일 프린터는 프린팅 베드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클레이를 3D프린트 하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 했습니다. 클레이를 프린트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프린트 중에 프린트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르기전의 클레이는 매우 부드럽기 때문에 작은 움직임에도 프린트의 퀄리티가 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프린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를 키우기 쉽다고 생각된 점도 있습니다. Cartesian 프린터 중에 하나인 Prusa i3의 구조와 제가 사용중인 Delta 프린터 중 하나인 Rostock의 구조를 비교해 보면 아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합니다. 부수적인 이유중 하나는 3개의 암(Arm)으로 구동되는 구조가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참고: FDM® 명칭은 Stratasys® 사의 기술 상표명으로 ‘용융 압출 조형방식을 대표하는 기술명으로 통용되고 있음. 기술 위계상 최상위 방식으로 통칭할 때에는 ‘Fused Extrusion (FE)’.

직접 3D프린터를 제작하면서 어떤 부분이 어려우셨는지요? 문제에 대한 해결 과정도 궁금합니다.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전통적인 도예(Ceramics)이나 엔지니어링(Engineering)에 학위가 없습니다. 대학원에서 졸업 논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학부 재학중 들은 비전공 도예수업이 전부였고 손재주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계를 다루거나 프로그래밍을 하는데는 문외한 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처음 3D프린터를 이용해서 세라믹 프린트를 하겠다고 생각 했을 절대 쉬운길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잘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꾸준하게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디자이너의 태도였습니다.

제 자신을 디자이너라고 소개하고 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작업에 있어 디자인 프로세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을 정의하는 많은 말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더 나은 (better) 문제해결’입니다. 매 학기마다 제 학생들에게 디자인에는 ‘완벽한 (best) 해결’이나 ‘최악의 (worst) 해결’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더 나은(better) 또는 조금 모자란(worse) 문제해결만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그 프토로타입을 바탕으로 더 나은 버전을 만드는 것을 반복 하면서 더 나은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실패와 성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제가 이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멈추지 않은 꾸준함과 프로세스를 바탕으로한 더 나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3D프린터는 DIY 키트를 구매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적었지만, 모터의 문제라던가 캘리브레션이라던가 하는 사소하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큰 문제들을 겪으며 3D프린터의 구조와 구동방식에 대해 배워나갔습니다. 당시 Hot-end와 클레이 압출기를 바꿔가며 프린트를 했고 초기의 세라믹 프린트는 퀄리티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직접 클레이 프린트가 가능해지자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하루는 3D프린터의 부품이 부러지면서 접착제로도 고칠 수 없는 상황이 오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구글링(Googling) 중 STL 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었고, 부러진 부품을 프린트하여 교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RepRap 3D프린터의 자기복제 (Self replicative) 능력을 깨닫게 되었고 더 크고 세라믹 프린트에 특화된 프린터의 제작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약 2-3개월 후부터 더 큰 Delta 스타일 프린터 제작을 시작했는데, RepRap WIki (reprap.org)를 통해 정보를 얻었고 많은 부품들은 아마존(Amazon) 이나 이베이 (Ebay)를 통해서 주문 할 수 있었습니다. 졸업 후 일리노이 대학교에 있는 레이져 커터 (Laser cutter)의 사용이 불가능해 지면서 부품제작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해 가을 까지 기다려 새 직장을 위해 노스캐롤라이나로 옮긴후에 동료 교수의 도움으로 학교에서 보유중인 레이져 커터를 이용해 부품을 마저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재료들을 준비했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펌웨어(firmware)였습니다. 제가 제작한 Delta스타일 프린터는 규격외 였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펌웨어는 사용할 수 없었고 알두이노(Arduino)보드를 위한 적합한 펌웨어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RepRap 프린터에 사용할 수 있는 firmware는 크게 Repetier와 Merlin이 있는데 저는 Repetier를 사용했습니다. 기계적인 부분은 조립을 마쳤지만 펌웨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오작동으로 침체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작업을 하다가 쉬다가를 반복하며 약 2달간 수정을 거쳐 36개의 펌웨어를 테스트 했고 마침내 2015년 10월 25일 RepRap Ceramic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시작했습니다.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을 위해 펜을 사용했는데 제일 처음 쓴 글자는 “HI” 였습니다. 아주 정밀하지 않아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세라믹 프린트를 위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좀 더 정밀한 캘리브레이션이 가능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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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브레이션을 위한 첫 프린트. 그리고,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그의 3D프린터.

초기에는 프린트 도중 무너지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따라서 조금 더 빨리 건조시키키 위해 Heat gun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지할 수 있는 Supporting material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잘 무너지지 않는 형태에 대해 고안해서 프린트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3개의 120mm 쿨링팬을 달아서 건조를 돕고 있지만 아직 효과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법을 테스트 할 예정입니다.


> 건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 열풍기까지 동원하신…

주로 사용하시는 3D모델링 소프트웨어는 무엇인가요? 특별히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초기에는 Google Sketch Up (*지금은 Trimble사의)을 이용했습니다. 학생과 교육자를 위해 무료로 제공되는 라이센스 덕분에 3D CAD디자인을 시작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파트타임 강사 생활을 마치고 새 직장으로 옮기면서 Mac용으로 출시된 Rhinoceros(라이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공이 그래픽 디자인이기 때문에 Mac을 10년이 넘게 사용해 오고 있어 Mac용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Adobe 프로그램들은 익숙하지만 Rhino를 사용한지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아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학교에서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변의 동료 교수들이 Rhino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한 이유도 있습니다. 많은 타이포그래피 작업에 Rhino를 사용하지만, 유기적인 디자인이 필요한 인체를 다룰 때는 Sculptris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Sculptris는 ZBrush를 만든 Pixologic에서 출시한 프로그램으로 무료로 제공되는 3D모델링 프로그램 입니다. 직관적이고 쉬운 인터페이스로 인해 제 수업에서 Rhino와 함께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직 Alpha version으로 몇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사용하기에 충분한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 합니다. 3D 스캐닝이 필요한 경우에는 MS Kinect 와 Skanect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과정중 Open Processing 이라는 Java기반의 프로그램을 배운적이 있는데 MS Kinect를 이용한 인터렉티브 (Interactive) 디자인을 경험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3D스캐너 대신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슬라이싱(slicing)과 프린터 조작에는Repetier host for Mac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소재죠. Clay를 다루셨는데, 실제 적층 조형 후, 유약을 바르고 굽는 과정까지 진행이 된건지 궁금합니다.

물론입니다. 거의 모든 클레이는 프린트후 마르기를 기다려 가마에서 구워졌습니다. 재료적인 특성으로 인해 다른 세라믹 작업들과 같이 저의 작품들도 가마에서 구워지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하는 작업들을 전통적인 방식의 도예가 아닙니다. 전통적인 도예는 수 천년 동안 발전을 해 왔으며, 흙을 만지며 여러가지를 만들어온 인간의 손은 도예에 적합한 아주 정교한 도구입니다. 감히 말씀 드리건데 인간의 손보다 정교한 도구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손도 만능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도구를 개발하고 사용해 왔습니다.

저의 작업은 3D 프린터라는 새로운 도구를 통해 수작업으로는 불가능한 작업들을 함으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여름 저의 작업이 본격적으로 소개가 되자 많은 반응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흥분과 기대를 들어내는 분들이 많았지만, 소수는 기계가 만든 세라믹 작품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영혼”이 없으니 예술로 인정 할 수 없다는 댓글을 단 분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의 프린터는 도예를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도구들보다 복잡하고 정교할 뿐 인간의 도구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저의 프린터와 컴퓨터도 제가 없다면 아무 것도 할 수없는 것 처럼 기계라는 도구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 수 없습니다.


> 독특한 결과.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제가 사용한 클레이 들은 백토(white clay), 자기(porcelain), 사기(Stoneware), 도기(Earthenware)등 입니다. 초기 프린트들은 초벌 후 반드시 유약을 바르고 재벌 과정을 거쳤습니다. 구워졌을 떄 밝은 색과 유리와 같은 느낌을 내는 자기(porcelain)를 주로 프린트 하는 지금은 주로 초벌을 생략하고 유약 없이 바로 재벌을 할 때 쓰는 온도인 Cone 6 (2194 F./1201 C.)에 굽고 있습니다. 유약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자기의 3D프린트된 질감을 살리고 있습니다. 예외도 있는데, 지인들을 위한 컵은 투명 유약을, 테스트를 위한 몇몇 작품들은 유약을 발라서 구워집니다. 현재는 유약없이 굽는 것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차후 일정 수준의 정밀도를 가지게 되면 빛의 투과가 가능한 자기를 프린트 할 계획 입니다.



> 클레이 프린팅 – 진득허니 잘 나온다.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첫 번째 3D프린터 키트의 제작 후 직접 클레이 압출기 (Clay extruder)를 제작해야했습니다. 높은 공기압(약 60-90psi)을 견딜 수 있는 재료를 찾다가 PVC파이프를 이용해 압출기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PVC 파이프는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적합한 재료 였습니다. 공기압을 견디지 못해 압출기가 터지는 등 몇번의 실패 끝에 압출기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압축공기를 이용한 클레이 압출기를 이용해 약 반년동만 많은 실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의 압출기는 정밀한 컨트롤이 불가능 했기 때문에 더 복잡한 형태의 프린트가 불가능 했습니다. 지난 여름 압축공기와 모터를 이용한 새로운 클레이 압출기를 만들기로 마음을 먹고 압출기 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압출기 디자인을 시작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와 수정을 반복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3D프린팅의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태겸 디자이너께서 전달해주신 업데이트 내용 _2016/10/10
PVC는 파손의 위험 때문에 압축공기를 사용하기에 안전하지 않는 재료입니다. Stainless steel 이나 Copper 파이프가 적합합니다.


> 직접 고안한 압출기와 공압식 프로세스 개념도

여름 학기 수업과 맞물려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지만 Rhino를 이용해 모터를 통해 (압출이) 컨트롤 되는 클레이 압출기 디자인을 하고 3D프린터로 출력해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테스트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압출기 제작에 성공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압출기 디자인은 이런 컨셉을 훌륭하게 증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56개의 스크류 디자인과 테스트를 통해 가장 적합한 디자인을 찾았으며 사소한 문제가 있음에도 훌륭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침내 연구를 위한 저만의 도구를 완성한 순간 이었습니다. 아직 발전시켜야 할 부분들이 보이지만 테스트를 하기에 충분한 단계에 도달 할 수 있었습니다.

Copper clay 소재를 다룬 작업물이 정말 멋집니다. 국내에서는 시도 사례가 없는데요. Copper clay에 대한 경험담도 들려주세요 🙂

PMC(Precious Metal Clay)를 이용한 작업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 동료이자 Metalsmithing과 Jewelry디자인을 가르치는 Marissa Saneholtz와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제가 세라믹 프린트를 한다는 것을 알고 PMC라는 흥미로운 재료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PMC는 작은 금속입자들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주로 구리, 청동, 은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일종의 고착제와 물을 통해 클레이와 같은 물성을 가지게 됩니다.


> PMC는 보면 볼 수록 참 매력적인 소재다. 소성 후의 결과물은 더 더욱.


> PMC 프린트 작업과정 – 숏비디오

이 흥미로운 재료는 클레이와 유사하기 때문에 주얼리 디자인이나 작은 조각 작품을 만드는데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런 물성 때문에 저의 프린터를 이용해 프린트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PMC 또한 프린트 된 이후 전기 가마에서 구어져야 했고, 고착제로 인해 구워지는 과정에서 큰 수축률을 가지게 되어 저희에게 또 다른 문제를 안겨주었습니다. 구워지는 과정에서 깨지거나 너무 많이 줄어드는 등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고, 여러번의 시행작오를 거쳐 지금은 대략의 수축률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 더 정밀하고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 입니다. 구워지는 와중에 부서진 프린트 들은 Marissa에 의해 저의 세라믹 프린트와 함께 브로치로 재탄생되기도 했습니다. PMC를 이용한 연구는 이제 막 첫번 째 단계를 마쳤으며 저희가 더 연구할 분야가 아직 많다고 생각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새로운 압출기 디자인을 이용한 연구가 곧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연구, 실험 계획은 어떠한 것들을 기획하고 계신지요.

현재 저의 연구와 작품활동을 소개를 계속하면서 연구비를 위한 제안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의 프린터는 지름 300mm 높이 300mm 까지 프린트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연구의 다음 단계는 더 큰 프린터를 제작하여 더 큰 세라믹 문자와 오브젝트를 프린트할 계획입니다. 또한 클레이 이외에 더 큰 규모의 작품을 제작하기 용이한 그리고 가마에 구울 필요가 없는 콘크리트를 이용한 입체 문자를 제작 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이 완성되면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사람들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프린터를 가지고 가서 직접 그 공간에서 프린트도 가능할 것 입니다. 주로 많은 전시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만지는 것이 허락되지 않지만, 저는 사람들이 저의 작품들을 만지고 직접 소통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3D프린터를 이용하면 작품의 복제가 수월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작품과 직접 소통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클레이 이외의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물성을 테스트 하고 그 재료들을 이용해 입체 문자를 만들 계획중입니다. PMC, 종이, 왁스, 설탕, 초콜렛 등 다양한 재료들이 리스트에 올라와있습니다.


> 설탕을 쌓았다! – Sugar icing

또한 수업과 워크샵을 통해 학생들에게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구와 디지털 방법론을 가르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학교에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동료들과 커리큘럼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다양한 수업을 제안 하고 연구를 통해 좋은 수업을 제공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태겸 디자이너의 당부의 말씀.

저는 교육자로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연구의 일환으로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로부터 3D프린터와 압출기의 구매 문의를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저의 직업과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제품 판매 후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3D프린터와 압출기의 판매 계획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이태겸 디자이너께 전시, 프리젠테이션, 워크샵 제안을 하고 싶으시다면, taekyeom@gmail.com
공식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 http://portfolio.taekyeom.com/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taekyeom/


이태겸 디자이너의 3D프린트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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